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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을 벗겨라
작성자 : 장은경      작성일 : 2013-05-02     조회 : 2067



탈을 벗겨라

-영화 ‘7번방의 선물’을 보고-

장 은 경

지난겨울부터 보고 싶은 영화가 한 편 있었다. 막상 영화를 보러가려고 하면 시간이 안 맞았고 같이 보기로 한 사람들은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다 보니, 너무 늦어져서 이제는 상영관 찾기도 쉽지가 않았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하나 같이 시작 10분까지는 웃다가 10분 후부터 울기 시작해서 끝까지 감동과 눈물을 자아낸다고 했다. 예고편이 전부이겠지 하고 지나치기에는 누적관객 수가 1200만을 넘어 1300만을 바라본다고 하니, 도대체 어떤 내용인지 더 궁금해졌다. 나도 이참에 가족과 함께 이 영화를 보며, 휴먼 코미디 영화 속에 빠져 가족애와 부성애를 느껴보고 싶었다.

 

2012년 12월 23일 사법연수원생이 된 예승이가 연수원내 모의재판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사형당한 아버지 이용구를 변론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14년 전(1997년), 자신의 아버지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을 회상하는 설정에서 배우 류성룡(이용구 역)의 바보연기와 만나게 된다. 류성룡은 <최종병기 활>, <내 아내의 모든 것>,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보여준 강렬한 카리스마와 남성미를 벗어 던지고, 바가지 머리에 6살 지능을 가진 지적장애인, 딸 바보 예승이 아빠로 완벽하게 탈바꿈한다. 철저한 시나리오 분석과 용구라는 캐릭터에 대한 그만의 해석, 노력, 열정이 있었기에 감동적인 영화라는 평을 얻은 모양이다. 그는 겉으로 보이는 얼굴 뒤에 상상할 수 없는 여러 개의 가면을 가진 대단한 배우임에 틀림없나 보다. 어떻게 바보 연기를 저렇게 실감나게 할 수 있을까?

 

예승이와 용구는 노란 세일러문 캐릭터가 그려진 가방을 파는 상점을 들여다보며, 월급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드디어 내일이면 용구가 해피마트 주차요원으로 일하면서 월급으로 638,800원을 받는 날이다. 용구의 가장 큰 꿈은 예승이의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점찍어둔 세일러문 가방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 상점 안에서 점원이 누군가에게 그 가방을 판다. 놀란 용구와 예승이는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용구는 가방을 멘 소녀에게 다가가 머뭇거리며 만지려고 하자, 그 아이의 아버지로부터 이유도 모르고 뺨을 맞는다.

 

다음 날, 월급을 받아 예승이에게 그 가방을 사줄 생각으로 기뻐하던 용구의 눈앞에 어제 세일러문 가방을 사간 그 소녀가 서있다. 용구는 자신도 모르게 그 가방을 멘 소녀에게 이끌리게 되고, 소녀는 세일러문 가방을 파는 다른 가게를 알려 주겠다고 하면서 시장 골목으로 용구를 따라오게 한다. 그 가방을 사고 싶다는 생각에 용구는 아이처럼 소녀를 따라 나선다.

 

아직 추운 날씨여서 재래시장 곳곳에는 빙판이 있어 용구가 먼저 넘어지고 길 저편에서 소녀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아이는 달려가다가 빙판에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뒤통수가 깨지고 떨어진 벽돌에 머리를 맞아 죽고 만다. 용구는 회사 직원교육에서 배운 흉부압박상지거상법이 생각나서, 인공호흡을 하고 혈액순환을 위해 아이의 바지 지퍼를 내리는데, 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성추행범으로 오해하여 결국 경찰서로 잡혀간다. 불행하게도 죽은 아이의 아버지는 경찰청장이었다. 경찰청장의 딸이 죽었으니, 언론은 이용구 사건을 확대 해석하고 경찰들은 자신의 실적과 빠른 수사를 위해 이용구에게 흉악한 범죄자라는 탈을 씌운다. 사건 전날 가방가게에서 경찰청장의 폭력에 대한 보복으로 아이를 살해, 강간한 것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수로 성남교도소에 입감된다. 집에 혼자 남은 예승이는 오갈 데가 없어서 결국 보육원으로 들어간다.

 

성남교도소에 들어가는 날, 교도소장은 자신의 아이가 유괴범에게 납치되어 죽은 과거를 떠올리며 용구를 심하게 때린다. 교도소 생활을 하던 어느 날, 같은 방을 쓰던 방장을 구하게 되면서 용구에게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한다. 용구가 예승이가 필요하다고 하자, 다른 수형자들의 도움으로 빵 상자에 숨겨 교도방으로 들여온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교도소장에게 이 사실이 발각되어 용구는 미움을 산다.

 

다른 재소자의 방화사건에서 위험에 처한 교도소장을 용구가 구하면서 그도 용구를 이전과 다르게 보고 도우려고 애쓴다. 결국 모든 재소자들은 용구의 순진무구하고 착한 모습에 그의 억울함을 벗겨 주기 위해 탄원서를 작성하고, 재심법정에서 해야 할 말들을 미리 준비시켜준다. 그러나 법정에 서기 직전에 경찰청장이 용구를 따로 만나 협박과 폭행으로 위협한다. 용구는 정작 법정에서는 준비해갔던 말들을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거짓 자백을 하여 재심에서도 사형을 선고 받는다. 예승이를 위해서라면 자신이 살인범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용구!

 

사형이 집행되던 날은 공교롭게도 예승이의 생일인 12월 23일이었다. 7번방의 아저씨들에게서 정성어린 생일선물과 아빠로부터 손꼽아 기다리던 세일러문 가방을 받아 기뻐하는 예승이! 두 부녀의 마지막 이별의 순간, 관객들은 눈물의 바다로 빠져든다.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제가 그랬어요. 제가 죽였어요. 우리 예승이 잘 부탁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제가 그랬어요. 죄송합니다. 예승이를 도와주세요.”라며 목 놓아 애원하는 용구의 목소리는 교도소에 울려 퍼진다. 딸과의 마지막 순간, 인간 이용구는 살고 싶어진다. 내 눈가에도 어느새 눈물이 고인다. 어른이 된 예승이가 피의자 자리에 앉은 과거의 아버지를 끌어안으며 이렇게 말한다.

“정의의 이름으로 아빠를 용서하겠습니다.”

이용구 사건의 모의재판에서 예승이의 명석한 변론으로 무죄판결이 난다. 드디어 유아살인, 강간 흉악범이라는 탈이 벗겨지는 감동적인 순간이다. 무죄판결이 나면 뭐하나! 이 세상 그 어디에도 해맑게 웃으며 예승이만을 사랑해주는 아빠 이용구는 없다는 현실이 씁쓸하다.

 

우리는 말로는 정의를 외치며 눈에 보이는 것만 보려고 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살아오지는 않았는가? 용구와 비슷한 처지의 사회적 약자들이 억울함을 당하게 하거나 삐뚤어진 사회적 편견에 의해 그럴싸한 탈을 씌워서, 정의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본다. 사람은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이는 법이다. 사람들이 만든 그릇된 탈속에서 우리는 인간 본연의 모습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와는 점점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잘 자란 예승이가 어린 시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과 딸을 보호하기 위해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쓴 채 생을 마감한 아빠를 열기구에 띄워 보내며 감사하는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아빠의 딸로 ··· 태어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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