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농원

소통마당

자유게시판

HOME > 소통마당 > 자유게시판

화가의 농원
진정한 혼불의 계승을 바라며
작성자 : 장은경      작성일 : 2010-01-05     조회 : 2354
진정한 혼불의 계승을 바라며
최명희의 '혼불'을 읽고(2001년 가을의 독후감)


작가 최명희는 '혼불'을 쓰기 위해 태어난 작가로 보인다. 그녀는 독신으로 살면서 오직 이 소설을 쓰고자 자신의 생명을 고스란히 불태웠던 것이다. 최명희는 작품의 청암부인 이상으로 한많은 삶을 살면서,1980년 봄에서 1996년 12월까지 만17년간에 걸쳐 이 소설 쓰기에 매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이 소설(10권)을 4개월여에 걸쳐 읽으며,그녀가 진정으로 드러내고자 했던 진정한 '혼불의 의미'에 주목하게 되었다.
작품 속의 혼불을 나타내는 구절을 보면 다음과 같다.

'지붕 위로 훌렁 떠오르는 푸른 덩어리', '보름달 만큼 크고 투명한 불덩어리', '잠시 멈칫하더니 이윽고 혀를 차듯 출렁이고 너훌 너훌 날아가는 혼불의 세계란 이승과 저승의 접점지대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거기에서 비로소 '시간'이 소멸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승에서 부터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는 것, 그 시간이 소멸되는 과정을 혼불의 4권에 청암부인이 세상을 뜨는 장면 속에 드러난 '혼불'로 잘 묘사되고 있다.

나는 작품을 읽는 내내 어떻게 하면 이 작품을 제대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우선 웹페이지를 검색하여 이중에서 뽑은 자료를 요약하고 나름대로 혼불에 대한 정리를 하게 되었다.

혼불의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 말(일제시대)부터 1943년 봄 까지이다.
줄거리는 크게 세 개의 축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전북 남원의 매안 이씨 가문의 무너져 가는 종가를 일으켜 세우려는 종부 삼대 청암부인, 율촌댁, 효원 등이다. 둘째는 강모, 효원, 강실, 오유끼, 춘복, 옹구네 사이의 뒤얽힌 애정의 다각형 관계이다. 셋째는 정치,사회적 축으로 강모와 강태의 상반 대립관계의 반촌, 민촌, 거멍굴 사람들의 내외적 갈등, 대립, 기생 관계 등으로 엮어져 있다.
혼불은 엄밀히 따지고 보면, 이 소설의 중심 축은 효원이며, 그녀가 바로 주인공이다. 모든 것이 그녀에게서 시작되어지고 의미로 와닿고 혼불의 진정한 계승을 위한 처절한 삶으로 귀결되어지고 있다.

이 작품은 다른 대하소설 '토지'나 '태백산맥'이 주는 작품 완성도나 강력한 메세지, 짜임새 있는 작품 구성, 이데올로기 부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오히려 제대로 읽기에 실패할 우려가 높은 작품이다. 비소설에 가까운 '혼불'은 중심에 곁가지가 너무 많아, 구성상의 결함이 엿보인다. 그러나 작가의 철저한 자료수집과 방대한 자료가 논문 한 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우리 민족이 가진 '미학의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관혼상제, 민담, 야사의 해학적 구어체 서술이 우리 문화의 백과사전적 의미를 부각시켰다. 남도 사투리로 풀어가는 상놈들의 입담과 생활사를 통해 역사의식이라는 거대한 이념보다는 그 도도한 흐름 속에 제 삶을 온전히 책임지려 했던 이들의 의지가 깃들인 혼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의 철저하고 세밀한 자료준비가 작품 곳곳에서 느껴지며, 인물들 속에서 한 조각 한 조각씩 연결되어 마치 퀼트 대작을 만들듯이 정성스럽게 누벼진 '혼불'은 작가 자신의 치열한 노력의 산물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어느 한 부분이라도 소홀히 넘어 가거나 간과할 경우, 혼불의 매력과 글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고 본다.

6권부터 10권까지는 소설의 구성이나 줄거리 보다는 우리 민족의 삶과 그 속의 생활사, 역사적,정신적,종교적 내용 위주로 쓰여지고 있다. 10권을 다 읽어갈 무렵, 작가는 아직도 결말을 내지 못하고 끝낼 것 같은 예감을 가지게 되었다. 10권의 30~40쪽을 남기고 효원의 강실에 대한 용서와 강모의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관한 미미한 희망만 남긴 채 흐지부지 종결에 이르렀다.
작가의 17년간의 수많은 노고와 작품에 대한 투혼이 마지막에 화룡점정의 경지로 가기에는 결정적으로 정신적, 육체적 힘이 모자라지 않았나 하고 짐작해 본다. 실제로 그녀는 1996년 12월 탈고를 앞두고 4개월을 밤샘하면서 혼불 5부를 완성했으며, 동아일보사 편집후기에서 혼불6부와 7부를 쓰려는 의사를 밝혔으나,1998년 난소암과 싸우다가 생을 마감하였다.

작가가 죽으면 한국인의 정서로 볼 때 그 작품을 제대로 평가하기 보다는 찬사쪽으로 평가가 기울어지는데, '혼불'도 그런 작품 중의 하나는 아닐까? 혼불 후반부의 대하소설로서 미흡한 부분들이 '혼불의 진정한 의미와 의미파악'을 통하여 우리 삶 속에서 새로운 '혼불'로 계승된다면, 이 미완의 작품이 또 다른 의미의 '혼불'로 승화시켜야할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줄 것이다.
80년대 소설은 이념적 갈등 속에서 대중들의 의식을 계몽하는데 치중하여 문학 고유의 미학을 등한시한 면이 있었다. 이에 비해 90년대 소설은 탈이념과 문화적 자유분방함을 표방하고서는 치기 어린 감성을 마구 쏟아내어 진지함이 결여되어 있었다. 이러한 정황 속에 '혼불'은 전통과 역사에 관련된 주제의식을 전제하면서도 수준 있는 미적 통찰로써 구현되어 있어 큰 의의를 지닌 작품이다.

작품 배경 연대의 특수한 상황과 90년대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이 작품 혼불의 의미가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 속에서 부단히 일깨워지고 이어진다면, 한국인의 진정한 정신적 지주로서의 '혼불'로 계승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진정한 혼불이 보름달처럼 크고 투명하게 떠올라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푸르른 기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총 : 194 페이지 : 8/20
No.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24 그림만큼이나---[1] 삼밭골복숭아농장 10.03.01 653
123 답글 감사드려요.[1] 김경혜 10.02.23 672
122 포도나무 분양 신청 했어요.[3] 김경혜 10.02.23 1383
121 안녕하세요 삼도봉복분자호두농원 10.01.26 625
120 인사드립니다 남경오디세이 10.01.09 552
119 그림같이 사시는 두분^^ 버섯나루 10.01.05 586
118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삼도봉오미자농장 10.01.03 552
117 경인년 새해 복 많이받아요.. 천마농장 10.01.02 537
116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홍수 농원 10.01.01 509
115 그림같은 행복한 새해 복많이.. 최민용 10.01.01 608